담배갑만한 크기의 작은 기계 장치에는 작은 LCD 모니터와 정맥 인증 장치, 전자펜이 달려 있다.
전원을 켜니 정맥 인증 장치에서 붉은 빛이 흐른다. 그곳에 오른쪽 검지를 갖다 대고 몇초가 지나니, 모니터에 나의 신상 정보가 표시된다.
당신의 두뇌 가동 경과 시간: 11,547일 당신의 누적 유급 노동 시간: 3,397일
참으로 징그러운 세월이다.
"Continue" 버튼을 눌렀다. 화면이 바뀌고 몇개의 단어가 나타난다.
인문학 - 최초 등록일: 1992년 X월 X일
의대 - 최초 등록일: 1994년 X월 X일
IT컨설턴트 - 최초 등록일 : 2000년 X월 X일
내가 꽤 오래전에 등록해놓은 키워드들이다.
이 장치는 저장된 키워드에 대해서 "선택적으로" 사용자의 눈과 귀의 감각을 완전히 마비시키는 장치다. 즉 이 기계에 등록만 해놓으면, 책이든 TV든 신문이든 해당 키워드에 대해서는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
이 기계장치의 이름은 좀 긴데, "너무 하고 싶지만 할수 없다면 그냥 잊자"라고 한다.
이러한 탈통기(脫痛器) 중에는, "못하는 것이 아니라 싫어하는 것이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다" "못가지는 것이 아니라 나쁜 것이기 때문에 안가지는 것이다" 와 같은 장치들도 있긴 한데, 자기 기만적이며 패배주의적 사고를 경멸하는 사람들에게는 외면 당하자 그들을 타겟으로 새롭게 출시되었던 장치이다.
"New Keyword" 버튼을 누르니 텍스트 입력 프롬프트가 깜빡거린다. 전자펜을 잡고 새로운 키워드를 입력했다.
백업
SaaS
클라우드 컴퓨팅
"Save" 버튼을 누르니 모래시계가 나타난다. 요금을 계산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이 장치에는 별도의 구매 없이 지구인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얻을 수 있지만, 키워드를 등록하고 사용하려면 요금을 내야한다. 요금제에는 등록된 키워드와 기간 설정에 따른 정액제와, 실제 차단된 건수에 따른 종량제 등 두가지 옵션이 있다.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무관하지만 단가는 사용자마다 다른데, 사용자와 키워드간의 관계에 따라 기회비용을 시뮬레이션해서 책정된다.
이번에 새로 등록한 키워드들에 대한 예상 합산금액은 아래와 같이 나왔다. "대한민국 IT업계 4년 퇴보"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하지만 MB 때문에 어짜피 앞으로 최소 4년간 이 나라 IT업계는 암흑기 아닌가.
"Confirm" 버튼이 이제 화면을 가득 채우며 0.2초 간격으로 번잡스럽게 깜빡거린다.
이제 전자펜을 집고 지그시 누르면 모든 것이 끝난다. LCD 스크린이 펜끝을 중심으로 아스라히 일그러지는 순간, 내 머리는 잠시 지끈거리겠지만, 가슴을 답답하게 했던 것은 수초 내에 말끔히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나서 니코틴 0.10mg만 체내에 투입하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이 편해질 것이다.
우리나라 영문 홈페이지들의 특징 : 1) 바디는 물론 메뉴명 등에서조차 콩글리쉬를 쓴다. 2) 바디 텍스트를 무식하게 이미지로 만들어버린다. 3) 그렇지 않더라도 Arial 같은 촌빨나는 폰트만 쓴다. (디자이너들이여, 글자는 이미지가 아니다. 타이포그라피를 공부하자)2009-02-03 16:41:04
노트북 두대를 async로 쓰려니 데이터 sync 시키는게 귀찮다. 그냥 Expresscard 타입의 SSD를 뺐다 끼웠다하면 될 것 같은데, SLC 타입, 최소 16GB, read/write 속도 잘나오고, 너무 안비싼! 뭐 그런거 어디서 안팔까.(SSD)2009-02-03 21: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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