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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3단과 시합해서 2:1로 이겼습니다.
평소보다 기합도 좋았고 집중도 잘되었습니다.

그간 "다시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다"는 이유로
경기연습할 때마다 약한 상대만 붙여줘서 좀 우울했는데,
오늘은 어쩌다 3단하고 붙었다가 옛날 모습이 나왔고,
우연찮게 제가 득점을 먼저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제 문제가 드디어 보였습니다.

"약한자에게 약하고 강한 자에게 강한가? 상대가 약해도 열심히 해야지!"

경기를 마치고 해주신 관장님의 말씀.
늘 그렇지만 오늘도 한방 때려맞았습니다.

약한자에게 약한 것.

단지 검도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지금의 제가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의 원인입니다.

BDM이나 마케팅 커리어를 쌓기에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내 기준에서는 그저 가볍기만 한
고객지원이나 떠밀려 맡은 업무들에 치이는 일상.
그 상황에 질려있었습니다.

연차에 비해 어린 나이에 치여서 SW 업계를 떠나왔건만
하필 제가 속한 본부에선 남자 중엔 막내인지라
나이 때문에 늘 간접적으로 한움큼씩 깎이고 시작해야 하는 상황.
그 자체에 답답해있었습니다.

- 이렇게 쉬운 일은 내가 굳이 안해도 되는데
- 나에게 좀더 도전적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 언제쯤 내 전공인 마케팅을 하면서 실력 발휘를 하게 될까
- 연차도 나보다 적은데 나이만 많다고 날 애 취급하네 (물론 나이 짬밥은 인정하지만)
- 여기서도 나이에 치이는데 어느 세월에 팀장을 해보나

내 사업이니까 밤낮으로 몸은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이런 생각이 하루 종일 마음속에 가득차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제게 필요한 것은, 과거와의 단절입니다.

- 9년전에 땄던 2단이라는 타이틀.
- 8년차라는 타이틀.
- CRM과 BI 업계에서 행복했던 순간들.

8년만에 다시 잡아 어색한 죽도 처럼,
백업 ASP 비즈니스는 새로운 도메인이고 새로운 업무입니다.

머리치기 자세부터 다시 교정했듯이,
하찮아 보이는 지금의 일도 새로운 씨앗일 것입니다.

강한자에게 보였던 집중력과 기합만큼,
쉬운 일에 대해서도 처음과 같은 마음을 갖는 다면,

의외의 승리를 거둔 오늘 밤처럼,
제게도 더 큰 일을 하게 될 기회가 오겠지요.

약한 자에게도 최선을 다하듯,
끊임없이 겸손해야 하고.

내 칼에 의심을 갖는 순간 먼저 죽듯이,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려선 안됩니다.

그러려면 스스로 항상 깨어있어야 합니다.
관장님 같이 시의 적절하고 감동적인 코칭이 없더라도,
스스로 나의 항로에 집중하고 마음의 채찍질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늘 깨어있기 위해 한여름 오후에 홀로 대나무를 깎던 법정의 마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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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3 00:55 2007/07/13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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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oi 2007/07/16 16:06

    넘 멋있는 글이네요... 나중에 블로그에 있는 글들을 모아 책으로 써도 될듯... 암턴, 일과 운동 모두 열심히 하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항상 지금처럼 좋은 모습 보여주셔요... 옆에서 늘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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