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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가 아닌 사업담당이 되다보니, 일이 재미가 아니라 책임이 된다. 고객이 늘고 내 사업과 관련되서 월급 타가는 사람들이 늘어가니, 일을 즐거움이 아니라 절박함 때문에 한다. 마케터 시절 좋아하던 STP, 전략, 고객가치, 밸류체인 등이, 물론 지금도 최우선의 숙제인 것은 옳지만, 일상의 나에게는 그저 사치다.

그런 것들로 인한 볼륨의 확장이나 혹은 '대박'이라는 것들은 목표와 꿈 사이에 분명 존재하지만, 당장은 오로지 '생존'이 문제다. 사업 착수하고 2년 반이 지나는 동안, 매일 그 '생존'의 문제로 고민해야 했다. 그래서 작은 것 하나에도 집요해야 했다. 내 일 남 일 가릴 처지가 못되었다. 인텔 그루브 회장의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가 일상의 내게는 좌우명이 된 것 같다.

한시도 마음을 놓지 않기 위해 한여름 대낮에 대나무를 깎았다는 법정의 그 마음다워야 한다. 올여름 월 BEP 넘기면서 두어달 정도 공황과 느슨함의 중간쯤에서 헤매던 시기가 있었는데, 호기를 타 이제 '사람처럼' 살아보겠다는 욕심에 검도를 어렵게 다시 시작했다가 결국 두어달만에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다.

사업 총괄인 나의 그런 불량한 태도는 곧장 숫자와 그래프로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억울한 마음보다는 반성하는 심정이었던 것 같은데, 한번 꺾인 그래프는 그리 쉽게 회복되지 않았고, 그후 매일 일출시간을 확인하고서야 잠에 드는 일상이 다섯달째 이어지고 있다. 술 없이는 어김없이 찾아오는 가위눌림은, 이런 시기와 기회 앞에서 생존의 문제에만 매달려야 하는 무능력한 나 자신에 대한 답답함과, 이런 나의 기획과 결단에 의존하는 여러 사람들에게 생기는 미안함과 공포감인지도 모른다.  

이런 와중에 나의 '업무적인' 팔로워들을 대하다보면, 그 사람들이 가진 절박함의 함량이 늘 아쉽다. 절박하고 또 절박해도 부족한데 언제나 내 마음 같지가 않다. 절박함이란 설득한다고 격려한다고 화를 낸다고 솔선수범한다고 나누어줄 수 없는 것은 아닌가보다. 내가 나 아닌 그들의 생존까지 고민하는 동안, 그들은 그저 대박만을 꿈꾸고 있다.

어쩌면 팔로워들이 생존 걱정 없이 꿈 속에서 살도록 하는 것이 리더의 몫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나를 이렇게 절박하게  만든 것이 온전히 내 상사들의 몫만은 아니겠지만, 상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는 절박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내 상사들의 리더십에 경외감을 갖게 된다. '남을 따르는 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말 앞에서, 나는 과연 내 상사들에게 좋은 부하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혹시 절박하지 않은 사람을 절박하게 만드는 방법도 알고 계실까?

게다가 나의 상사들은 무능한 나의 절박함을 믿고 오랫동안 기다려줄 만큼 따뜻하다. 따뜻함이 영원할 수 있고 없고의 문제보다는, 내가 이 따뜻함으로부터 홀로서기 할 수 있는 날이 내가 생존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내는 순간이요, 생존에 대한 절박감을 대박을 위한 기민함으로 승화시키는 기점이 될 것이다. 어느 누구도 누군가를 영원히 케어할 수 없는 이 시절에, 내가 그들에게 충성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그뿐일 것이다.

어느 CEO가 "당신은 전사인가?"라고 묻는다.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전사는 자기 삶을 이미 죽음 속에 던지고 살아남음의 미련이 없는 자정까지 가서 삶 그 자체를 대면하고 싸운다'고 말했다. 아직은 결코 두번 이상 올 수 없는 죽음처럼 극악의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는 소리 할 시간에 보다 더 절박해져야 한다. 진정한 전사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서 대박까진 안되도 반드시 살아남아서 중박은 해야 한다. 생존하기 위해서 빚진 것들, 포기한 것들, 그리고 상처준 사람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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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8 08:04 2007/12/28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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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izmusa 2007/12/31 20:45

    시간 여유가 있으시다면 백락의 천리마 구하기를 응용하실 수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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