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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그림찾기

요즘은 저를 처음 보는 이들이 입이라도 맞춘 듯,
다들 '자영업 하지 않으세요?'라고 묻습니다.
작년만 해도 의사, 박사님, 대기업 직장인 같이 고상(?)했었는데 말입니다.
제가 어쩌다 이렇게 변했을가요?

회사에서 잘 차려놓은 "대형 마트" 굳이 마다하고
문밖 귀퉁이에서 혼자 "좌판" 벌려놓고 한 3년 맨땅에서 흙만 파서 그런가봅니다.
대포 쏘는거 심심하다고, 총알 제조부터 총알받이까지 해보겠다고 덤벼봤는데,
드디어 소총수 정도의 아우라는 나오는가 봅니다.

손금을 봐도 그렇습니다.
분명히 타고난 운명은 명예를 추구하며 사는 공무원 팔자인데,
언제부터인지 현재 운세를 보여주며 세월따라 변하는 손에서는,
지금까지 본 적 없었던 사업선과 재물선이 여러가닥씩 생겨났습니다.
어느 손금이 진짜 저의 숙명일까요?

오늘은 눈 뜨자마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A Square Peg into a Round Hole"
밤새가며 토해낸 저의 2년 묵은 질문에 대한
메사추세츠에 사는 한 친구의 답변이었습니다.
애초에 만들 수 없는 것은 억지로 만들지 말란 충고였습니다.

누구나 자기가 해야할 일을 안고 세상에 태어난다고 믿습니다.
그것이 '하고 싶은 일'이라는 형태이든, '잘 하는 일'이라는 형태이든,
그것을 위해 살아가면서 난이도가 높은 숨은그림찾기를 한다고 믿습니다.
얼마나 빨리 찾는지, 헤매이다 늦게 찾는지, 그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살다보면 삽질 할 때도 있는 법이고, 그러다 보면 지혜가 쌓이겠지요.
지혜롭지도 않으면서, 스스로를 속이기까지 한다면,
그것은 나를 존재하게 한 세상에 대한 죄악일 것입니다.

가슴이 참 뻑뻑합니다. 무언가 끝도 모르고 무너져내립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공부하고 그렇게 아득바득 살았는데도
9년차가 된 지금 여전히 '프로페셔널'이라는 단어 앞에서 자신이 없습니다.

참으로 별일도 아닌 것에 세상 고민 혼자 다 하는 것처럼 살았던 것은,
일 아닌 것에도조차 자신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토록 스스로를 가혹하고 고독하게 몰아가며 살았던 것은,
어쩌면 일 앞에서 스마트하지 못한 것에 대한 변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찾아야할 숨은그림이 이렇게 희생과 포기를 필요로 하고,
나아가 주변 사람들 피곤하고 힘들게 하는 것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습니다.
여태껏 손에 놓지 않고 붙들고 있더 이 퍼즐 조각이 이토록 너덜너덜해진 것은,
맞지도 않는 자리에 억지로 끼워맞추느라 그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차라리, 저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방황 끝에야 찾아내는
지각생의 운명을 타고 난 것이길 바랍니다.
차라리, 지금까지 해왔던 것 전부를 잃어버리더라도,
애초에 이룰 수 없는데 억지로 이루려던 빛나는 삽질이길 바랍니다.

요즈음 제 주변의 많은 존재들이, 제 곁을 떠났거나,
곧 떠날 예정이거나, 혹은 떠나려고 합니다.
따뜻하든 아니든, 영원히 제 곁에 있을 것 같던 존재들인데,
바람처럼 제 여정 속에 잠시 머물다 다시 흘러갑니다.
자의든 타의든, 각자의 그 숨은그림을 찾기 위해서 말입니다.

모두를 한꺼번에 잃어버리는 느낌입니다.
물론 저는, 한동안은, 남아있는 것들을 핑계로 여기 계속 머무르겠지요.
하지만 앞으로는 좀더 의심이 깊어질 것 같습니다.
지금 짚고 있는 이 그림에 대해서 말입니다.

별로 속 뒤틀일 일은 없는데, 요즈음은 삼일마다 한번씩 체합니다.
새로 구비한 튼튼한 사혈기 덕에 열손가락 모두 피를 짜내봅니다.
손가락 위의 핏망울은 분명 시커먼데, 휴지에 묻은 피는 선홍색입니다.
무엇이 제 피의 원래 빛깔일까요?

얼굴도 모르는 그 친구 덕에 오늘 하루 공쳤습니다.
읽어야할 책, 찾아내야할 해결책, 만들어야할 문서, 보내야할 이메일...
이번주 일요일도 열심히 일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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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6 04:39 2008/01/06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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