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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언제나 갑이면서 을이다.
일을 던져주는 나의 갑에게 나는 을이며,
일을 받아주는 나의 을에게 나는 갑이다.

갑들은, 최소한 나의 갑들은, 대부분 X랄 같다.
말도 안되는 요구들을 참 잘도 던진다.
하지만 안다. 고객은 언제나 옳다는 것을.

그런데 나는 너무 미련한 을이다.
X랄 같은 갑들의 요구들을 거의 모두 받아들인다.
리소스가 안되거나 리스크가 크면 쳐내야하는데 그걸 못한다.
사실 '협상력의 부족'이라는 배경이 진하게 깔려있기 때문인데,
대체로 평범한 요구들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 것들이 꽤 많이 때문이다.

이는 내가 너무 착한 을이었기 때문이다.
갑에서 받은 요구들 중에서 거르고 걸러서 을에게 던져준다.
을의 개인사정 다 고려해가며 업무의 양과 수준을 최대한 고려한다.
(그걸 몰라준다고 섭섭해하기도 하는 참으로 심약한 A형이기도 하다)

그리고는 을이 하는 말을 대체로 믿는다.
다 했다고 그러면 다 한줄 알고, 못하겠다 그러면 원래 못하는건줄 안다.

그런데 대부분은 뒷통수 맞는다.
다 했다고 한건 다 안했고, 못한다고 했던 것 중에 나중에 보면 되는게 많다.
나만 뒤통수 맞으면 되는데,
을의 말대로 보고한 나만 믿었던 갑까지
뒤통수 맞고 옆구리 터지고 똥침 찔려야 한다.

그러면서 협상력은 또다시 감소하고,
을로서의 미련스러움은 증가한다.

이건 프로가 아니다.
한동안, 내 인상이 하도 만만하게 생겨먹어서 그런줄 알고
안경을 바꿔본 바는 있지만 아무 효과가 없음을 검증했다.

어쨌든 타고난 놈은 아니니,
좋은 갑이 되기 위해선 공부와 훈련이 필요하다.

1. 일단 검수는 철저해야 한다.
절대로 을의 말을 그대로 믿어선 안된다.
내 눈으로 100% 확인해야 한다.
마음 모질게 먹고 Ok 싸인은 아껴야 한다.

2. 일만 주지 말고 권한도 줘야 한다.
지나친 배려로 일을 쪼개서 주면 책임감과 태도가 안나온다.
적절한 크기로 떼어주되, 권한까지 줘야한다.
그래야 을로부터 태도가 나오고, 을 자신도 발전한다.

3. 다 알아야 한다.
모르니까 당하는거다.
알아야 판단하고 알아야 검수한다.
검수 뿐 아니라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다 알아야 한다.

잘 모르겠다.
그걸 좀 배우고 익숙해지려는 것이
이 회사에 온 이유 중 하나이긴 하다.
(가장 큰 이유는 나이를 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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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8 01:06 2007/06/28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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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배우는 이 2007/06/28 03:40

    좋은 글이군요.
    제 경험담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른바.. tasting soup. 뭐 한국말로 하자면 국 간보기(?) 정도.

    즉, 1. 시킬때 정확하게 요구하는 것을 이해시킨다.
    한국사람들의 특징중 하나는 대강이해 한다는 겁니다.
    대강이해해서는 절대 안됩니다.
    중간에 이해 못하는 것은 다시 묻도록 유도해야하고
    혹여 잘못되거나 다시 논의가 된것은 문서에 꼭 집어 넣습니다.

    김치국을 주문했는데 재료를 김치가 아닌 짱아찌클로 준비해서는
    국이 안되는것 과 같습니다.

    2. 중간에 맛보기.
    중간중간 마일스톤을 세워서 꼭 함께 맛을 봅니다.
    마일스톤을 세울때는 을과 합의해서 가급적 자주 세웁니다.
    주문대로 제대로 되고 있는지 아님 영 딴데로 가고 있는지.

    국끓일때 중간에 맛보지 않으면 꽝되는 것과 동일합니다.

    3. 막판 양념하기 또는 잡맛 없애기
    항상 그렇지만 개발자의 눈으로 개발하면 뭔가 빠진게 있습니다.
    '갑' 또는 매니저의 입장으로 찬찬히 살펴서
    결정적인 에러또는 실수를 없애고 (국의 잡맛을 없게 만들듯이)
    빠진 것을 넣습니다. (최종적인 양념추가)

    * 당연히 국 맛이 어때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는 하워드님이 말씀하신 다 알아야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 하지요
    하지만 이정도만 해도 김치국 끓이려다 카레 만들지는 않습니다.
    최소한 김치찌게 정도는 나옵니다. ^^;

    • 하워드 2007/06/28 09:28

      완전 감사드립니다..^^
      이런 조언은 자주자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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